[서울가족학교 후기] 결혼 전 끼워야 할 첫 단추

결혼 전 끼워야 할 첫 단추

2022 서울가족학교 우수후기 공모전 예비·신혼부부교실 우수 (양천구센터/이해인)

 

 

저희는 7년하고도 5개월, 꽤 오랜 시간을 만났습니다. 당시 20살이었던 저에게는 첫 남자친구였고 남자친구에게도 제대로 된 연애가 처음이었기에 저희는 매우 서툴렀습니다. 연인들에게 흔히 있는 연락 문제부터 다양한 크고 작은 문제들로 많이 다투기도 했지만 오랜 기간 연애를 하며 서로 맞춰나갔고, 서로를 이해하여 거의 싸우지 않게 되었을 때 저희는 깊은 사랑으로 평생을 함께하자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결혼 준비를 시작하니 서로에게 서운한 감정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왜 모든 준비를 나 혼자 해? 내가 알아보고 오빠는 결정하고, 내가 비서야?”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 말하지 않았잖아. 내가 바쁜 거 알면서 좀 이해해주면 안 돼?” 사실 예비 신랑이 갑작스럽게 이직하면서 매우 바빠졌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저의 성향상 직접 알아보았을 때 더 만족스러워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음에도 나 혼자 결혼 준비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 서운함만 쌓였습니다.

 

그러다 결혼 준비카페를 통해 예비부부 교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많은 예비부부 교실 중에 양천구 예비부부 교실에 참여를 희망하게 되었습니다. 예비 신랑은 7년 넘게 사귀어서 이미 서로의 성격과 성향을 다 알고 있는 것 같다며 굳이 교육을 또 들어야 하냐고 했지만 일단 들어보자고 설득하여 같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본격적인 강의가 시작되기 전에 워크북과 간식이 담긴 택배를 받았고, 워크북을 미리 살펴보며 기대가 커졌습니다. 사전 과제였던 DISC 검사를 했는데, 예비 신랑과 저는 다른 성향으로 결과가 나왔습니다. 과거에 진행했던 MBTI에서도 4가지 중 3가지가 다른 유형으로 나왔기에, DISC 검사에서도 다른 성향이 나온 것에 대해 ‘우린 왜 이렇게 안 맞는 걸까?’, ‘이 결혼이 맞는 것일까?’ 하고 회의적이고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하였지만, 이렇게 다르니 교육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이 꼭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교육이 시작되고 ZOOM을 통해 강사님과 다른 커플들을 만났습니다. 같은 유형인 커플은 손에 꼽을 만큼 적었고, 저희처럼 한 가지만 다른 커플, 심지어는 두 가지 모두 다른 커플도 있어 조금은 안심이 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강사님께서 각 유형에 관해서 설명해주시고 몇몇 커플을 예로 드시면서 설명하실 때 다른 커플들처럼 저희도 격한 공감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무엇보다도 결혼 준비를 하며 가장 서운했던 ‘나는 열심히 자료 찾아보고 데이터를 만드는데 오빠는 어떻게 저렇게 깊은 생각 없이 쉽게 결정해버릴까?’라는 생각이 예비 신랑이 결혼 준비에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저보다 D(주도적)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설명을 듣고 보니, 예비 신랑의 D(주도적) 성향이 자료를 찾아보는 것은 잘하지만 결정은 잘하지 못하는 저의 성향을 보완해줄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어 저희의 ‘다름’을 비교적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비 신랑도 교육을 듣고 그동안은 업무 처리 중심인 저의 성향으로 인해 서운하기도 하였는데 성향 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는 덜 서운할 것 같다고 하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좋았던 점은 서로를 마주 보고,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7년이 넘는 기간 동안 만나면서 서로 마주 보고 대화를 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각자 휴대폰을 보거나 다른 일을 하며 대화할 때가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서로 마주 보고 앉아 손을 잡고 아무 말 하지 않고 서로의 눈을 바라보라고 하는 강사님의 요청에 따라 예비 신랑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았는데,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아마 그동안 오래 만나면서도 낯간지럽다는 이유로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미안함과 잘 표현하지 않는 저와는 달리 끊임없이 표현해준 예비 신랑을 향한 고마운 마음이 복합적으로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두 번째 회기에서는 그동안 이야기하지 못했던 다소 예민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사실 결혼 전 꼭 대화해야 하지만 민망하기도 하고 괜히 서로에게 상처가 될까, 다툼으로 번질까 걱정이 되어 이야기하지 못했던 가족, 서로의 부모, 경제, 성 등의 주제를 이번 교육을 빌미로 이야기 나눌 수 있게 되었습니다. 7년이 넘는 기간 동안 대화를 많이 했기 때문에 말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비슷한 생각과 기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서로의 기준이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크게는 서로의 삶의 목표, 추구하는 가치, 부모님을 모신다는 것의 기준 등 가치관에 관한 대화부터 작게는 양가 부모님 용돈, 비밀번호의 공유 여부, 집안일 분담 등 사소한 생활에 관한 대화까지 크고 작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니 결혼식을 위한 준비보다 결혼 후 우리의 삶에 대한 준비가 더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번 그런 주제로 대화의 물꼬를 트게 되니 교육 시간에 미처 대화를 마치지 못해도 교육 후에 자연스럽게 계속 이어 나가면서 깊은 대화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예비부부 교실에 참여하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깨달은 것은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기’, ‘올바른 방법으로 대화하기’, ‘마주 보고 대화하기’입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고 너무 쉬운 것인 것처럼 생각되어질 수 있겠지만, 쉽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놓치기 쉽고 지키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7년을 넘게 만나면서 서로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서로의 차이를 인지하였을 뿐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서로를 바라보며 존중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대화가 아닌 서로를 공감하지 못하고 회피하기 바빴습니다.

 

물론 교육을 듣는다고 바로 변화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은 어렵습니다. 교육 후에도 서로에게 서운한 일이 있었고,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가 아닌 침묵으로 시간을 보내기도 했으니까요. 그렇지만 서로 먼저 손을 내밀고자 노력했고 먼저 손을 내밀어줌에 감사하며 좀 더 눈을 보고 대화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렇듯 예비부부 교육은 “첫 단추를 끼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성공적으로 첫 단추를 끼웠으니 앞으로 서로 깊은 대화와 이해를 통해 나머지 단추들도 함께 차근차근 끼워나간다면 서로에게 감사하고 함께임에 행복한 가정을 꾸리리라 생각합니다.

 

결혼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이 아주 많습니다. 상견례, 예식장, 스드메, 청첩장, 집, 가전, 가구…. 1년 전부터 가장 예쁘고 멋질, 근사하고 행복한 결혼식을 위해 열심히 준비하지만, 그 후에 행복한 결혼 생활이 펼쳐지도록 준비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예비부부 교실에서 그 행복한 결혼 생활의 방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많은 예비부부가 예비부부 교실을 통해 행복한 결혼 생활의 첫 발걸음을 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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